부처의 언덕/ 홋카이도
안도 다다오의 부처의 언덕은 마치 대지 속에서 숨을 쉬는 생명체 같다. 거대한 석불상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그 풍경은, 처음엔 차분하게 우리를 맞이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장엄함에 숨이 멎을 듯한 경외감을 선사한다.



사찰의 한 가운데, 부처의 모습은 온전한 고요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다. 거친 바람과 잔잔한 빗줄기, 계절의 변화가 석불을 감싸며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그 주위에는 라벤더 꽃밭이 사계절을 따라 각기 다른 향과 빛을 내뿜으며, 부처의 미소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아쉽게도 지금은 라벤더 수확이 끝난 시점이라서 초록 초록 한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부처의 언덕은 단순한 건축을 넘어선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성의 조화를 표현한다. 대지와 석불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그 모습은 인간이 자연을 침범하지 않고, 그 속에 스며드는 법을 가르친다. 안도 다다오는 빛과 그림자, 공간과 질감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내면적 평화를 극대화하여 이곳에 구현했다. 부처를 마주할 때 우리는 침묵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그 침묵은 곧 우리 안의 목소리로 되돌아온다.

하늘과 사람, 그리고 잠시 멈춘 그 짧은 순간의 쉼은 마치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완성된 한 폭의 예술 작품 같다. 구름은 사람의 손짓을 따라 흐르듯이 조화롭고, 그 실루엣은 바람에 흔들리는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피곤한 몸짓 속에도 삶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으며, 그 순간은 마치 시간마저도 멈춰선 듯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법한 장면이다.


부처의 언덕에 들어서기 전, 첫 관문처럼 자리잡은 물을 가득 담은 입구는 고요한 연못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그곳에서 처음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마치 거울 같은 표면이다. 이 물은 하늘을 담아내고, 그 위에 부드러운 바람과 햇빛, 때론 구름이 반사되며 매 순간 달라지는 풍경을 선사한다. 물결이 잔잔히 일렁일 때마다 공간은 서서히 움직이는 듯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부처의 언덕에 서 있는 모아이 석상은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 모아이들은 이스터섬의 고유한 문화를 그대로 옮겨온 듯하지만, 부처의 고요함과 자연의 어우러짐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부처의 언덕에 있는 모아이들은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넘는 상징처럼 서 있다.

라벤더 꽃밭과 함께 자리잡은 모아이 석상들은 본래의 거칠고 웅장한 기운을 유지하면서도, 부처의 온화한 에너지와 조화를 이루며 묘한 긴장감과 동시에 평화로운 균형을 보여준다. 그들의 돌로 된 몸체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부처의 깊은 고요함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준다.

부처의 미소와 모아이의 침묵은 서로 다른 문화와 시공간을 초월해 대화하는 듯하다. 모아이들은 멀리 이스터섬에서부터 이곳까지 걸어온 고대의 수호자들처럼, 부처의 언덕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고 있다. 그들은 석불을 지켜보며, 침묵 속에서 세계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부처의 언덕에 자리잡은 이 모아이 석상들은 인류의 보편적인 영성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상징한다. 두 문화의 만남은 인류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영적인 평화와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하며, 우리가 서로 다른 배경과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같은 본질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